오스카 와일드가 쓴 『아서 세빌 경의 범죄』는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문학적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던 시기에 처음 출간된 중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아서 세빌 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는 한 점술가로부터 들은 불길한 예언에 휘말리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 시빌 메르턴과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살인을 저지르도록 강요받는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는 레이디 윈더미어의 집에서 열리는 활기찬 사교 모임이 묘사되며, 다양한 인물들이 재치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이후 이야기는 아서 세빌 경에게로 초점이 옮겨가고, 그는 점술가의 예언을 듣고 자신이 마주한 ‘의무’와 곧 다가올 결혼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해야만 한다는 불길한 사실과 씨름하게 된다. 와일드는 점술가의 예언이 내포하는 도덕적, 존재론적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사회적 관습의 터무니없음과 ‘의무’와 개인적 욕망이 어떻게 기묘하게 교차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