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가 1922년에 발표한 소설 『제이콥의 방』은 전쟁 이전 영국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그리고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제이콥 플랜더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독특한 반전이 있다. 제이콥 자신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오직 타인들의 기억과 인상을 통해서만 그 모습이 드러난다. 그의 삶에 등장하는 여성들—내성적인 클라라 더런트부터 보헤미안 예술가 플로린다에 이르기까지—은 모두 그를 ‘현실 속의 존재’라기보다는 ‘부재하는 인물’로 묘사한다. 이 실험적인 모더니즘 작품은 중심에 있는 공허함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구체적인 현실이 아닌 기억과 감각을 통해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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